서점에서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책 표지 뒷면..반가운 이름이 둘이나 눈에 들어왔었다...
신경숙과 이응준이라는 이름...
힘센 시간이 수많은 소설들을 소멸시키며 흘러갔으나,
선생의 소설들은 가슴에 아로새긴 청춘의 어느 하루처럼 나날이 더 빛나고 있다.
내가 나에게 했던 맹세를 잊으려 할 적마다,
내 자폐의 골방을 잊으려 할 적마다......
신경숙(소설가)
김승옥이란 소설가는 내게 있어 빛과 그림자였다.
빠져들어 닮고 싶어했을 때는 찬란한 빛이었으되,
빠져나와 다른 것을 쓰려고 했을 때는 잔혹한 어둠이었다.
이응준(소설가)
15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있는 책....
하지만, 책은 "작가의 말"부터 시작하고 있다..
작가는 본인의 목소리로 그간 본인에게 있었던 일들(변화들)과
책에 실려있는 소설들을 써내려간 배경들에 대하여,
그리고, 출파사측에 대한 간단한 인사말로 끝내고 있다...
왜 이책을 사게되었을까...
<무진기행>이라는 책 제목을 어디선가 귓동냥이라도 했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전에 김승옥이라는 작가에 대해 얼핏 알고 있기라도 했던 것일까..
이도저도 아닌것 같은데....
왜 "무진기행"이라는 단어에 대해 낯설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이었을까...
소설은 나와 맞지 않는다...그런 생각을 하면서 소설 읽기를 멀리해오던 내가
어찌 무슨 연유로 이 책을 서점에서 고를 수 있었던 것일까....
소설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았다...
처음에는 간단하게 지하철에서 읽어봐야지 생각했다가
금세 생각을 고쳐먹었고...
어딘가 쳐박혀 앉아서 시간을 내고 읽어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래서, 터를 잡게 된곳이 어느 커피전문점....
토요일이고 일요일이고, 시간나는대로 그곳에 가서 이책을 읽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했고
마침내 오늘에서야.....(두어달걸려) 이책 읽기를 마칠 수가 있었다...
책걸이라고 해야할까....이글을 쓰는 것은 그런것....
책을 읽고 흡족함을 느꼈을 때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밀고올라올 때...
그래서, 이글을 쓰는 것이 아닐까 싶다....
좋은 책이기에....내가 이책을 읽었다는 흔적을 남기고 싶기에....
15편의 단편소설들..모두 좋았다.....
어느 하나 빠질것 없이, 그냥그냥 좋기만 하였다...
그렇지만, 역시 명성이라는 것이 무섭다는 것...
<무진기행>이라는 글과 <서울의 달빛 0章>이라는 글은
그 명성의 무게가 느껴지는....그렇게 그렇게 다가오는 글이었던 것 같다...
1964년 작품 <무진기행>은...뭐랄까...
신경숙씨의 단편소설집 <겨울우화>를 읽었을 때 느낄 수 있었던,
"사람들의이런저런심리에대한사실적인묘사"를 다시 한번 떠올릴 수 있게 했던
그런 글이었던 듯 싶다..
그리고, 1977년 작품...<서울의 달빛 0章>...조금 전에 읽고 왔던 글...
짧은 글속에...긴 이야기가 들어있는...
이것 역시 남과여의 이야기...이것 역시 결국, 남자가 버림받는 이야기인가..?
그렇고보니, 많은 글들이 남과 여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움........
그런 의미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다르게 보이는 글은,
1969년 작품 <야행(夜行)>이라는 글...이글의 주인공은 현주...즉, 남자가 아닌 여자이다..
남자가 그려내는 여자의 모습....
비록 왜곡된 모습일지라도, 남자들에게 이런 모습이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닌듯 싶다...
무엇보다...글이 살아있다...
글이 살아있다라......1969년에 쓰여진 글을 읽어도 현실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이다..
지금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그대로 그려내는 듯,
아무것도 변한것 없이 보여지는 듯..그렇게 착각하게 만들법한 그런 글들이라는 것이다...
단지, 한국전쟁이라는 것이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닌
글속에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유년기의 추억속에 남아있다는 것..
그리고, 당시 대학생들은 학교 배지가 달려있는 교복을 입었다는 것....
그런것들만 다를뿐...
'감은 눈꺼풀에 대롱대롱 매달린 양심'. 그 말은 병균처럼 내 머릿속으로 파고들며 나를 아프게 쑤셔댔었다. 서울역에서는 '편하게 사는 것이 가장 불편한 거요', 데모 대열에서는 '우리에게 가르친 대로 그대로 행하라', 거기다가 오늘은 '자기의 내일을 발명해야' 한단다.
발명해야 한단다. 기다리고 있지 않단다. 기다리고 있지 않단다. 발명해야 한단다. 그런데 왜 나는 이렇게 저 말장난에 불과한 현학적인 표현에 현혹당하려 하는가. 그렇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 데모의 성공, 망할 놈의 '역사적 사건' 위에 저 장난 같은 말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에 이토록 나를 압도해오는 것이다.
우리의 내일을 발명한다? 말은 근사하지만 그 사건의 경험이 없었다면 나는 이토록 당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제야 나에게는 그 데모와 나와의 관계가 분명히 드러나는 것이었다. 그것은 성공해도 좋고 실패해도 그만인, 나와 아무 관계가 없는 도락(道樂)이 아니라 반드시 실패했어야 할, 내가 이십 년 동안 믿고 의지해왔던 것을 송두리째 파괴시켜버리려는, 실패했어야 할, 반드시 실패했어야 할 나의 적이었다. 그리고 제 맘대로 나의 몫의 내일까지 발명하겠다고 호언하는 그 친구 역시 나의 적인 것은 분명했다. 또는 그에게 있어서 나는 그의 적이 분명했다.
<그와 나>(1972) 중에서
김승옥 소설전집.....아마도 1부터 5까지 나와있는 듯...
내가 읽었던 <무진기행>은 그 전집들 중 첫번째 권에 해당하는 듯 싶고...
나머지 책들....2권, 3권, 4권은 중편 소설들을 가지고 엮은 듯 싶고
5권은 <한밤중의 작은 풍경>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담겨져있는 듯 싶다...
모두 읽어봐야할까 싶기도 하지만...손이 쉽사리 가지 않을 듯 싶기는 하다...
책을 한번 잡으면, 1년이고 2년이고 10년이고 읽어내려가야하는 성격이기에...
책상 왼편에 가지런히 꽂혀서 내가 읽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책들도 쌓여있고말이다..
언젠가...언젠가 읽을 날이 있겠지...이런 소망을 가져보면서...
그냥..이글을 마무리할까 싶다.......
....테터툴즈....
....이글을 쓰다 말고 왠놈의 독후감이냐 그런 생각이 들어, 그냥 취소하고 나갔는데...
....다른 글 쓸까하고 들어와보니 임시저장되어있다 그러네...
....그냥그냥.....마무리한다....
....졸필....가끔가다 끄적거리는 것도..부담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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